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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31 <명작 공부하기> 원령공주 vs 아바타 : 무엇이 명품을 만드는가? (2)




 안녕하세요. 만화가 지망생 엄두입니다. 이번에는 모두가 잘 아시는 작품 두 개를 비교분석하면서 영상 예술의 '어떤 요소가 명작을 만들어내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어언~제나 그렇듯, 제 분석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주저없이 지적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전의 명작 공부 글들에서 많은 분들이 주셨던 지적점들은, 이 글을 다 쓰는 대로 본문에 반영하려 합니다. 이 글도 마찬가지겠죠. 날이 갈 수록 진화하는 글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리며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그럼, 출 발~!!!





 제가 첫 자대 휴가를 나와서 봤던 영화가 '아바타'였습니다. 2박 3일 짧은 시간, 첫 날 바로 달려가서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평소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좋아하기도 하였고, 그의 신작이라는 소식과는 별개로 예고편들에서 보여주었던 차원이 다른(소위 '쩌는') 영상미에 엄청난 기대를 갖고 극장 좌석에 앉았습니다. 그렇게 긴 상영 시간이 흐른 뒤, 제 머릿 속에 딱 떠오른 작품은 이번 글의 제목이기도 한 '원령 공주' 였습니다. 참고를 안 했다고 하기엔 너무나 닮은 두 작품이었죠. 저는 그 때부터 줄 곧 생각해왔습니다. '왜지? 왜 이렇게나 같은 작품이 내게는 다르게 다가올까?' 이 질문에 대한 저만의 답을 2년이 지난 지금 적어보겠습니다.






 순서대로라면 여러분께 이번 분석될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해드려야 겠지만, 두 작품에 대한 소개는 여러분들의 지식과 검색능력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워낙 두 작품 다 유명하기도 하고, 이 글에 적기엔 시간이 모자라기도 하니까요. 바로 건너 뛰어서 두 작품의 공통점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이 두 작품은 마치 쌍둥이 처럼 닮았습니다. 전체적인 구성, 소재, 영상처리, 분위기 등등... 오히려 안 닮은 점을 꼽아가며 말씀드리는 게 더 빠를 듯 싶기도 할 정도로요. 우선, 가장 흡사하다 느껴지는 대표적인 부분들을 짚어보며 들어가 볼까요?


 1. 첫번째 닮은 점 : 자연 vs 인간의 대립 구도.


 우선 가장 확실히 와닿는 점을 말씀드리자면 역시 이것이겠죠? '자연과 인간의 대립'. 굉장히 중2병 스러운 소재같으면서도, 너무나 우리의 삶과 직결된 현실적인 문제죠. 나날이 더해지는 환경파괴 문제와 더불어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생생한 거대담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또한 인지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폭 넓은 대중성을 확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몰론, 엄밀하게 보자면 원령공주와는 다르게 아바타는 '인디언 원주민과 아메리카 개척자들 사이의 대립'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나비족의 모습은 누가 봐도 자연을 사랑하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모습이고, 언옵타늄을 차지하기위해 그들을 살육하는 인간들은 그 누가 보더라도 초기 아메리카 이주민들의 모습임에 틀림없죠.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인디언들이 끊임없이 자신들과 대자연을 동일시하며 침략자들을 규탄한 것으로 보아, 두 작품을 같은 주제로 묶었습니다.)





 2. 두번째 닮은 점 : 두 대립 구도 사이에 끼인 중간자의 노력.


 그리고 이러한 대립구도에서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영웅, 중간자의 존재도 똑같습니다. 아바타에서는 제이크 설리, 원령 공주에서는 아시타카가 맡게 되죠. 그들은 이 사건속에서 살아숨쉬면서도, 이 대립의 결과가 공멸임을 알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각자의 신념에 따라 마지막 결과를 이끌어내게 되죠.





 이러한 닮은 점들은 두 작품을 이어주는 이음매로서, 앞으로 설명될 차이점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가 될 것입니다. 자, 그럼 이제 차이점을 살펴 보면서, 본격적으로 제 생각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인물들의 깊이. 작품의 품격을 결정하다.>


  두 작품은 이렇게 너무나도 똑 닮은 만듦새를 갖고도 판이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원령 공주는 한 감독의 대표작으로서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는 마스터 피스가 된 반면에, 아바타는 그 경이로운 영상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평이함을 지적받고있죠. 왜 일까요? 저는 이런 상반된 평가의 한 가운데에 두 작품의 시나리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야기와 이야기 속 인물들에 대한 깊이와 고민'이 놓여있다고 봅니다.


 두 작품 다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님께서 처음 원령공주를 기획한 것은 원령 공주가 개봉되기 20여년 전부터였다고 하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로 시작된, 장장 20여년의 치열한 창작자로서의 고뇌가 열매맺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바타도 마찬가지죠. 제가 알기로는 제임스 카메론 선생님께서 고등학생 때부터 구상했던 시나리오라고 들었습니다. 익숙한 포카혼타스 이야기에 여러가지 감미료가 곁들여진 구성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워낙에 엄청난 스케일의 첨단 기술이 필요했던지라 카메론 선생님은 제작을 위해 철두철미한 기술력과 준비를 쌓아 자신의 꿈을 현실로 이루어내죠. 그 결과물이 아바타입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이 오랜 준비기간을 가지며 다듬어진 부분들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원령공주의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님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극장판과 만화판을 거치며 '자연과 인간의 대립'이라는 주제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거쳤던 반면에, 제임스 카메론 선생님은 자신이 꿈꾸던 판도라 행성의 완벽한 영상적 구현을 목표로 칼을 가셨죠. 이 결정적인 차이점은 시나리오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원령공주의 인물들은 결코 겉만보고 판단할 수 없는 깊이 있는 인물들입니다. 아시타카는 누구보다도 강하지만, 그 강함의 이면에는 목숨을 파고드는 끔찍한 저주가 있습니다. 산은 겉보기에는 활달하고 야성적인 터프함을 지녔지만, 어렸을 적 부모에게 버림받아 본성아닌 본성을 익히며 살아가는 소녀일 뿐입니다. 단순히 착한 쪽만 이런게 아닙니다. 가장 악독해보이는 적인 여걸 에보시도 겉보기에는 환경을 파괴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일 뿐이지만, 그 속은 약자를 보호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거리와 삶의 터전을 찾아주는 개척자이죠. 이러한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은, 시나리오 전체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닻이 되어 이야기를 꽉 다잡아 줍니다. 이런 안정적인 환경을 바탕삼아 관객들은 이야기속으로 더 깊게 잠수할 수 있게 되죠.





 하지만, 아바타는 다릅니다. 굉장히 오랜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단편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중간자의 자리에서 마지막에 완전히 균형을 깨버리고 나비족 편에 서는 제이크 설리도 그렇구요. 무슨 된장녀도 아니고, 그렇게 미워하던 전 남친이 토루크 막토라는 스포츠카로 갈아타니 갑자기 시들었던 사랑을 꽃피우는 네이티리도 마찬가지죠. 악역들은 더 합니다. 쿼리치 대령은 그냥 악덕 군바리죠. 제가 생각하기엔 이게 가장 아쉬웠는데요...

 원령공주에서 에보시라는 인물이 보여주었던 균형감각은 쿼리치에서 그냥 실종되었습니다. 에보시란 캐릭터가 중요했다구요. '환경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닌,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는 감독의 깊은 외침이 담긴 캐릭터입니다. 아바타는 인물들의 설정을 철저하게 단순화 시켰습니다. 카메론 선생님은 바보가 아닙니다. 오히려 터미네이터 1 2, 에일리언 2등의 시나리오를 써낸 흥행 작가로서의 위치도 단단하신 분이죠. 그런 분께서 왜 이런 선택을 하였는지는 대강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라고 생각됩니다.




 첫번째, 너무 복잡하고 어두운 시나리오면 흥행성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아바타같은 대단위 프로젝트에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킬만한 뭔가는 필수적이죠.


 두번째, 아바타의 최강점인 화려한 영상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나머지를 치워버린 것 같습니다.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실사 배우들의 모습과 컴퓨터로 이루어진 배우들 사이의 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연기법까지 철저하게 제한한 모습까지 보입니다. 실사 배우들의 연기는 굉장히 단순하고 간결하게 하는 반면에, 가상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실사처럼 자연스럽고 세세하게 만들었죠. 연기까지 제약을 거는데, 시나리오라고 칼을 피할 수는 없었겠죠?




 그래도 아쉽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카메론 선생님은 감독이시기도 하지만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입지도 있는 분이잖아요. 조금만 감독으로서 밀어붙였다면 좀 더 깊이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터미네이터 2나 에어리언 2에서 보여주었던 '단순하지만 강렬한 시나리오'들을 이번 작품에서 볼 수 없었다는게 슬플 뿐입니다.






 이렇게 단순화되어버린 인물설정, 그리고 시나리오는 결정적으로 마지막 재앙을 만들어냅니다. 바로 '감동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갈등이 해결되면 뭔가 그 자리에 감동이 남아야 하는데, 아바타에서는 그게 부족한 것 같습니다. 위의 두 이미지에도 써놨듯이, 카메론 선생님의 작품들이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니었던 이유에는 그의 뛰어난 시나리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흥행작으로서의 볼거리를 충실히 갖추면서도 항상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는 감동포인트가 콕 박혀있었죠. 감동이란게 뭔가요? 말 그대로 내 마음과 느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아바타는 눈을 움직이는데에 성공했을지언정,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엔 부족했습니다. 원령 공주가 엔딩에서 산과 아시타카의 사랑으로 상징되는 자연과 인간의 화해, 모든 난관에도 굴하지 않는 생명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되살아나는 코다마를 보여주며 감동의 극을 치오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죠. 이겁니다. 저는 이게 두 작품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볼거리를 기본만 쳐주고, 이야기에 투자하느냐, 아니면 이야기에서 빼낸 힘을 볼거리에 집어넣느냐. 두 가지 선택지가 온다면 어느쪽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고민. 창작자라면 항상 하게 되잖아요? 이 고민에 어느정도 답을 준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명작을 만들고 싶다면 원령 공주의 선례를, 흥행작을 만들고 싶다면 아바타의 선례를 따르면 되겠죠?


 몰론,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린다면 "뭐야?! 그게 쉬운 일이냐? 그리고, 볼거리 치중하다 망친 블록버스터들도 얼마나 많아!?"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겠지만, 끝까지 들어보세요. 위와같은 선택지는 다음과 같은 절대 조건에서만 이루어집니다.


 "볼거리, 이야기 등등의 작품 구성 요소들이 무조건 '기본'은 치고 나서!"


 그렇죠. 기본은 해야죠. 어디서 기본도 안 하고 이런 심오한 고민의 대열에 낄 수 있겠나요. ㅎㅎㅎ 제가 아바타를 혹평하였지만 그건 원령 공주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아바타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할리우드 성공 공식을 잘 따른 우수한 시나리오를 갖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긴 하나, 적어도 기본, 흔히들 말씀하시길 평타는 치고 있죠.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카메론 선생님은 결코 호락호락하신 분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기본 이상은 할 수 있도록 조율 하셨겠죠.


 뭐, 그렇더라구요. 우리가 흔히 할리우드 개봉작들을 보며 '뭐야? 이야기, 왜 이래 구려?!'라고 욕들 하시잖아요. 그런 것들마저도 지난 몇 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돌아다니던 시나리오들 가운데, 최고의 것들을 엄선한 결과물중 하나라는군요. 그만큼 좋은 시나리오는 구하기도, 만들기도 힘듭니다. 좋은 영상미는 돈을 들이면 평타까지는 만들어낼 수 있어도, 좋은 시나리오는 돈을 들인다고해서 그에 비례하는 결과물을 얻기가 힘드니까요. 실제로 실베스터 스탤론 선생님께서 처음 록키의 시나리오를 완성하였을 때, 할리우드 쪽에서 최고 36만달러의 가격까지 불렀다는군요. 그 때 당시의 돈으로요. 얼마나 영화계에서 좋은 시나리오에 목말라하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적어도, 적어도 이 글을 보는 우리 창작 지망생들 만큼은, 시나리오를 무시해서 작품 전체를 망치지 않도록 열심히 시나리오 공부를 하도록 해보자구요. 그럼 우리도 떼 돈을 벌 수 있습니당~!


 아, 그리고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듣고 있나? 'D-war' and '원더풀 데이즈'?"





 


 이렇게 두 작품을 비교 분석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어떠셨나요? 하앙~상 그러하듯, 뭔가 이 분석글에 잘못이 있다거나 지적할 꺼리가 있으시다면, 주저없이, 기탄없이 지적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런 지적과 비판을 먹고 자라니, 제게 양분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언제나 제 소중하지만 부족한 작품들과 작업물들에, 아낌없이 비판과 지적, 그리고 관심과 사랑을 쏟아주시는 고마운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긴 글 시간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 만화가 지망생 엄두였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http://umdooootoon.net/18 - 로미오와 줄리엣 분석글입니다.


http://umdooootoon.net/14 - 배트맨 다크나이트 분석글입니다.


http://www.realfolkblues.co.kr/1167 - 닉부터 포스가 풍기네요. '아쉬타카'님의 원령공주와 아바타 비교분석 글입니다. 좋은 글이니 꼭 챙겨보시길!


http://jamja.tistory.com/trackback/1757 - 웅크린 감자님의 아바타 리뷰입니다. 전체적으로 비판하시는 입장이군요.


http://beforedark.thoth.kr/blog/956780 - beforedark 님의 아바타 리뷰입니다. 짧고 간결하게 적어주셨어요.


...원령공주 리뷰는 생각보다 없네요;;; 찾는 대로 추가해보겠습니다.


<밑에 있는 링크로 알라딘 서적을 사시면, 1%의 추가 적립금이 붙는데요~!>

Posted by 만화가 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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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RTINO 2012.08.16 0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워랑 원더풀데이즈는 정말...... 제게 있어서 시나리오의 부재가 얼마나 작품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확실하게 깨우쳐준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2. BlogIcon 만화가 엄두 2012.08.16 18: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저도 매우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나리오를 여건상 못 구하는 것은 제작자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쓴다고 구해지는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아예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나리오를 영상의 하수인 취급하는 것은 이미 멸망을 안고 가는 것이겠지요. 두 영화는 참 뻔한 문제를 안고, 엄청난 파급효과와 함께, 전부 다 말아먹었습니다.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눈 덮은 들판을 걸어갈 때는 발자국도 조심하라구요. 왜냐하면 뒤에 걸을 사람의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대단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후배들의 밥그릇까지 어깨에 메고 있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로그 자주 놀러갈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